저 역시도, 수많은 웹 지망생들 중에 한 사람이었습니다. 취미로 홈페이지를 만들던 실력을 살려 웹디자이너가 되고자 진로를 잡고, 웹디자인 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. 운 좋게도 열성적이고, 실력이 뛰어난 선생들을 만나게 되어,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.
그 후, 수료가 다가오면서 저를 가르쳐 주시던 그래픽선생이 학원 쪽과의 불화로 떠나게 되면서, 저는 생각에도 없던 강사 일을 떠맡게 되었습니다. 고작, 3개월간의 강의만을 수료한 채 웹디자인강사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 분명해 보였지만 학원경영의 어려움과 개인적 경력의 필요성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.
미술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삭막한 미적 감성을 가졌던 저로선, 디자인에 대한 핵심은 빠진 채 도구의 사용법만을 가르치는 껍데기 강사일 수밖에 없었습니다. 선박회사에 다닌다던 30대의 아저씨, 인터넷업체의 신입사원, 40대 후반의 대학원생, 친한 친구사이라던 4명의 여대생들... 강사와 학생이라는 관계로 만났던 그 사람들이 생각납니다.
저를 진땀빼게 하던 몇몇 열성 학생도 있었지만, 초보자이면서도 스스로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별로 없었던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. 그 사람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저는 그들에게 무엇을 주었는지... 강사생활을 하며 모았던 월급으로 새 PC도 사고, 이런저런 용도로 잘 썼지만... 돌이켜보면 변변찮은 얼치기 강사로서 그들을 속이고 빚만 얻어온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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